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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4 | 조회수 : 1305

공명한다는 것(대학생 임현지)




공명한다는 것(대학생 임현지)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변한다. 매일 새로운 기술은 쏟아져 나오고 기계는 점점 인간의 영역을 넘본다. 사람들 간의 유대감은 이전 같지 않으며 내 마음 하나 뉘일 곳도 찾기 힘들다. 이런 슬픈 현실은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가속화되었다. 이전보다 더 빠르게 사회가 바뀌는 것이다. 요동치는 사회에서 오는 불안감은 누구도 쉽게 무시할 수 없다. 깊은 밤 홀로 길을 걷고 있노라면 꼭 지나가는 모든 이들이 나처럼 쓸쓸히 흔들리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봉사를 신청한 날도 그런 날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길의 방향성을 찾을 수 없었던 날. 분명히 누군가 나처럼 방황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과 함께 걷고 싶었다. 이제 와서 고백하건데 내가 감히 그들을 도울 수 있을 거란 자신감으로 봉사를 시작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저 “동행”이라는 말에서 오는 따뜻함이 너무 그리웠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 날의 선택이 옳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할 때의 기쁨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감정은 아주 강한 감정이었고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짐하기에 충분했다. 봉사를 하는 내내 그런 감정 속에 파묻혀 있었다.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내 존재 가치를 찾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성장했다.


물론 올해의 봉사는 이전과는 달랐다.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이다. 밀접 접촉도 피해야 했으며, 거리두기와 같은 방역 수칙도 철저히 따라야 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어떻게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었는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역설적으로 오히려 이런 상황이었기에 봉사를 하며 모두가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공명(共鳴)이라는 단어가 있다. 공명이란 물체의 고유 진동수와 일치하는 파동이 물체를 통과할 때, 물체의 진동이 커지는 현상이다. 나는 이 현상이 비단 물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공명은 일어날 수 있다. 서로가 서로를 같은 마음으로 생각할 때 그 마음이 통하고, 더 큰 마음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공명이 일어나는 조건이다. 공명은 한 에너지가 다른 에너지를 ‘통과’할 때 생긴다. 스쳐 지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늘 함께 있으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 같은데 오히려 반대이다. 서로 간의 일정한 거리야말로 공명의 필수 조건인 것이다.


거리두기와 함께한 봉사는 공명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내가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그들 역시 나에게 위로를 받는다는 건 우리의 마음이 서로 공명할 수 있는 마음이라는 뜻이었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어느 때보다 마음으로 더 크게 소통했던 시간들이었다. 그런 시간을 보내다보니 문득 내가 걸어가던 길의 방향이 어디였는지 생각이 났다. 그렇다. 나는 울림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누구나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견하고 통과해 그 에너지를 더욱 크게 만들어주는 사람. 그렇게 옆에서 힘을 주는 사람.


공명하는 마음으로 함께 길을 걸어갈 이가 있다면 험난한 세상을 버틸 힘이 생길 것이다. 내가 그 ‘함께 걸어갈 이’가 되어 주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동행을 하며 가슴 깊이 느꼈다. 더 많은 마음이 모여 서로에게 더 큰 울림을 주며 살면 좋겠다.


공명한다는 것.


※ 2020년 <코로나19 시대, 우리는 이렇게 '동행'했다!> 서울동행 활동후기 공모전 수상작(우수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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