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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31 | 조회수 : 3859

[대학생 칼럼] 서울동행 3년, 앞으로의 30년




서울동행 3, 앞으로의 30
 
 처음 대학생이 되어 마주한 삶은 생각보다 공허했다. 그동안 학교와 입시라는 틀에 갇혀 나를 온전히 드러낼 수 없다 생각했는데, 막상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음에도 결국 그 안에서 난 이건 못하겠지.’라고 되뇌며 또 다른 선을 긋고 있었다. 급작스레 주어진 선택과 책임의 무게에 알게 모르게 위축되었던 것 같다. 변화는 낯설었고, 온종일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던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서울동행을 만나게 된 계기도 거창하지 않았다. 다시 중고등학교 생활을 엿보고 싶어, 그리고 앞으로 대학생이 될 친구들이 새롭게 만나게 될 사회를 미리 준비했으면 하는 마음에 활동을 시작했다. 한편으론 대학생이 되어 붕 떠버린 듯한상황에서 어떻게든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절박감도 있었다.

 그러나 호수에 무심코 던진 작은 돌멩이는, 다시 커다란 물결이 되어 돌아왔다. 처음 시작한 멘토링 마지막 날, 한 학생이 노트 한 권을 내밀었다. 그동안 본인이 어려워했던 문제풀이와 함께, 일주일에 한 번씩 함께한 수업이 끝날 때마다 했던 생각들이 노트 한 귀퉁이에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 노트를 펼쳐본 순간은 이제까지 살면서 받아온 가장 큰 선물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수업 때까지도 이 학생은 이럴 거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동생들을 대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지켜보면서,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한 활동이 오히려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어 돌아왔음을 깨달았다. 아이들이 보내준 순수한 시선과 믿음은, 내가 평생을 거쳐 다시 사회에 보답해야 할 든든한 지원과 격려일 것이다.

 일상적으로 참여하던 서울동행 봉사는 어느새 더 넓은 세계로 가는 통로가 되어 있었다. 작년 IAVE(세계자원봉사대회) 포럼에서, 각국의 청년 봉사자들이 봉사라는 키워드 하나를 가지고 한데 모여 이야기하는 현장에 직접 참가할 수 있었다. 오로지 타인을 위해 본인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활동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건 새로운 충격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기에, 우리는 스스로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기억될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잊곤 한다. 그러나 이제는 봉사야말로 더 나은 세상을 일구어나갈 가장 빠른 시작이자, 무엇보다 큰 행동이라는 사실에 동의한다. 또한 삶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서울동행 봉사활동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에 감사하고 뿌듯하다.

 어느새 대학교 마지막 학기를 보내며, 또 다른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곧 대학교 캠퍼스를 학생 신분으로 거닐 수 없다는 사실에, 나의 동행도 막바지로 달려가고 있단 사실에 미련이 남는다. 끝이 정해져 있다는 건 괴롭다. 봉사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시작이 아닌 끝이었다. 한 학기동안 정든 동생들에게 어떻게 작별인사를 해야 할지 고민하며, 마지막 날엔 늘 잠을 설쳤다. 해외연수 팀원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의 시간은 나에게 고역이었다. 어느새 서울동행이 주는 삶의 의미와 추억들은 라는 존재와 뗄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늘 한 학기, 혹은 그보다도 더 짧은 만남의 끝은 아쉽고 씁쓸했다.
 
 그러나 봉사가 가진 또 하나의 가장 큰 매력은
언제나 다시일 것이다. 뚜렷이 정해지지 않은 미래가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우린 언제나 의미 없이 이 세상에 내던져져 있다. 동행을 통해 스스로가 언제나 완벽할 필요는 없다는 것, 그저 봉사라는 작은 실천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배웠다. 너무나 작아 보이던 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긍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이제까지 만난 동생들, 대학생 봉사자들과 함께 백지인 나의 세상에 다채로운 의미를 그려나갈 수 있었다. 매 학기 새로운 경험을 하고, 본인이 가진 재능을 마음껏 발휘해볼 수 있다는 것. 수많은 동생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고, 또 앞으로 만날 많은 봉사자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언제나 든든하다. 서로를 지탱해주고 넘어질 때 일으켜 세워줄 수 있는 이들은, 언제나 혼자만의 가벼움에서 벗어나 함께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대학생으로서 내가 서울동행과 보낸 3년 동안의 시간은, 앞으로의 30, 또 그 이후의 시간을 채우는데 있어 중요한 나침판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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