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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스케치

2021-01-04 | 조회수 : 1575

흔들리며 피는 꽃 '동행' (월계중 송미화 선생님)


 



흔들리며 피는 꽃 '동행' (월계중 송미화 선생님)



1학기를 시작한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코로나19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조용히 민들레 홀씨처럼 사방으로 흩어져 멈출 줄 모르고, 사람들은 코로나바이러스의 공포 속에서 어둡고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멘티들은 1학년 때도, 2학년 때도 동행을 참여하여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기 때문에 계속 언제쯤 동행을 시작할 수 있는지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 또 대학(원)생들은 자신의 경험과 재능을 동생들과 나누고 싶어서 여러 차례 학교 문을 두드렸고, 그 때마다 담당자인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코로나19를 처음 겪는 학교는 많은 것을 제약했고, 동행 담당자인 저는 깊은 고민을 하는 시간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런데 동행은 코로나19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멘토와 멘티가 만나 관계를 확장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오작교 역할을 멈추지 않았고,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한 융통성 있는 지원, 아낌없는 지원, 기관과 멘토, 멘티를 위한 열린 자세로 임해주셨습니다. 11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달려온 그 원동력이 빛을 바라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때 저도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측은 학교의 안전과 학생의 안전을 위해 좀 더 동행 시작 시간을 보류하기를 원했지만 담당자인 저는 안전한 교육환경을 마련하고, 멘토와 멘티들에게 강력한 방역수칙을 요청하면서 시작하기로 결심을 하였습니다.

 

드디어 동행 시작, 어렵게 시작한 만큼 멘토도, 멘티들도 다소 들떠있었지만 각오 또한 대단했습니다. 담당자인 저는 그저 뿌듯할 뿐이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대학(원)생을 위한 3가지 언어마술 즉 ‘믿는다’, ‘격려한다’, ‘인정한다’ 의 말을 해주는 것과 멘토링을 잘 운영할 수 있도록 학사일정을 공유하고, 멘티들이 적극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하는 것, 학습하는 동안 배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는 간식을 챙겨주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잘 진행되는가 싶었는데 두 번째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다시 한 번 학교는 많은 것들이 고장 난 시계처럼 멈추었습니다. 하지만 흔들리며 피는 꽃처럼 동행은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했던가요. 멘토와 멘티가 라포가 형성된 이후였기 때문에 ZOOM을 통해 학습을 하였습니다. 대면수업 보다는 다소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피드백을 받았지만 누군가 자신을 위해 잘 있는지 노크를 해준 것만으로도 멘티들은 흐뭇해했습니다.

 

코로나19 시대에 이런 수난은 당연할지 모르지만 멘토와 멘티의 강력한 의지가 없었다면 동행 활동이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더 큽니다. 멘토와 멘티, 담당자가 중간평가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멘티들은 학습능력과 가정형편에서 취약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에 비해 위축되어 있고, 꿈도 불분명하고, 지지 받지 못한 경험들이 누적되면서 자신감도 저하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담당자로서 멘토들에게 부탁한 것은 멘티들의 학습 정도를 고려하여 눈높이를 맞춰서 도와줄 것, 어려운 가정형편을 들키고 싶지 않은 열등감이 많기 때문에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는 최소로 해줄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성숙한 멘토들 덕분에 아직까지 멘티들의 마음을 동생처럼 잘 돌보고 있습니다. 멘토링을 처음 해본다는 멘토는 다소 어떨떨해 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담당자를 믿고 모르는 문제나 어려운 상황에 닥쳤을 때 스스럼없이 물어서 해결해나갔습니다.

 

이런 과정들을 겪으면서 멘티들도, 멘토들도 자신만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습니다.

첫 번째, 멘티의 꿈은 간호사입니다. 동행을 시작하기 전 멘티의 부모님은 코로나19로 운영하던 가게 문을 닫게 되었고, 아버지께서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멘티는 혼돈상태에 빠졌고 벼랑 끝에 선 자신의 모습을 몹시 불안해하였습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진로에 대한 고민, 진학에 대한 고민으로 시름하고 있을 때 멘티는 동행을 떠올렸고, 담당자에게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렇게 동행을 시작하면서 슬픔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꿈을 향해 다시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3학년으로 졸업을 앞두면서 생각이 많습니다. 자신이 동행을 통해 얻게 된 고마운 점을 이야기 하면서 다음과 같은 다짐을 했습니다. “선생님, 저 대학생이 된다면 꼭 동행해보고 싶어요. 또 돈을 많이 벌어서 어려운 학생들을 도와주고 싶어요.”라고 말입니다.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동행이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느낀 멘티를 보면서 가슴이 벅찼습니다.

 

두 번째, 멘티의 꿈은 심리상담사입니다. 모가 사망한 이후 늘 의기소침하고 자신의 꿈조차 꾸지 못한 나약한 학생이었습니다. 담당자는 이런 학생을 도와주고 싶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동행으로 지지하고 격려해줄 다정한 언니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제일 자신있어하는 역사과목을 중심으로 심리상담사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도전으로 한국사검정능력시험을 목표로 수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어렵다고 수업을 늦게 왔지만 담당자의 설득과 멘토의 노력으로 잘 참여하고 있습니다. 심리상담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한 첫 발을 어렵게 내딛는 멘티의 꿈을 응원하는 멘토가 있었기 때문에 현재도 꿈은 진행형입니다.

 

세 번째, 멘티의 꿈은 메이크업아티스트입니다. 양손가락이 불편해서 친구들을 피해 다니고 급식도 먹지 않고, 단짝인 친구 1명과만 다니는 3학년 여학생입니다. 유일하게 담당자를 잘 따랐고, 등교하는 날에는 찾아와서 “선생님, 동행 언제 해요?” 라고 묻곤 한 동행의 열성 팬입니다. 동행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던 이유는 꿈을 향해 달릴 준비가 되어 있는 위의 멘티들과 작은 사회를 미리 경험함으로써 자신의 적성을 시험하고, 자신감을 고취시킬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멘토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2학기부터 동행 활동을 시작하여, 짧은 시간동안 만나야 하기 때문에 한 회기, 한 회기를 낭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공감하고, 서로를 위해 인정하고, 격려하고, 위안을 주는 그런 시간을 통해 교육소외 학생들의 심리정서 상태는 안정을 되찾아 갔고, 중간고사, 기말고사도 잘 마무리 하였습니다. 코로나19 시대 위험에 맞서 도전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얻은 귀중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지치고 힘든 관리 교사들을 응원하기 위해 마련한 교육 간담회, 관리교사 심화 직무교육을 통한 ‘내마음 보고서’ 활동, 문화 나눔 ‘밀리의 서재 전자책 이용권’을 통해 활력을 불어넣어 줌으로써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잘 진행 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흔들리며 피는 꽃 ‘동행’은 멘티의 꿈을 응원하였고, 멘토의 성장을 이끌어 사회의 모델링이 되었습니다. 관리교사도, 멘토도, 멘티도 성장하도록 돕는 자원봉사 전문 플랫폼 동행이 없었다면 멘토들의 자기 성장과 사회 리더로서의 발전을 위한 봉사를 하지 못했을 것이며, 멘티 또한 자신의 꿈을 키우는 희망의 빛을 보지 못했을 것 입니다. 더 넓은 세계로, 더 깊은 인간적 성장을 위해 오늘도 달리고 있는 모든 동행 식구들을 응원합니다. 작은 민들레씨앗이 바람을 타고, 또 바람을 타고, 작은 마음 한 켠에 씨를 남겨 그 씨앗이 발아하고, 꽃이 피고, 지는 그런 의미 있는 일이 계속되길 기원합니다.

 

 

※ 2020년 <코로나19 시대, 우리는 이렇게 '동행'했다!> 서울동행 활동후기 공모전 수상작(최우수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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