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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4 | 조회수 : 1578

세상을 밝히는 발걸음, 서울동행 (대학생 길현욱)


 


세상을 밝히는 발걸음, 서울동행 (대학생 길현욱)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언택트 방식이 선호되면서 세상은 빠르게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변화 속에서 스마트폰을 포함한 각종 디지털 장비 및 기술에 익숙하지 않으신 시니어 분들은 점차 소외되고 있습니다. 2020년 8월, 프로청사이 활동에 참여하게 된 로인스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ARS 교육 서비스를 기획했습니다. ‘언제든, 어디서든 전화 한 통을 통해 배우는 디지털 기술’이 저희가 세운 목표였고, 주위에서 ARS를 활용하기로 한 아이디어가 매우 혁신적이라는 칭찬을 들으며 저희는 자신감에 차올랐고 마치 이미 문제가 거의 다 해결된 것처럼 들떠 있었습니다. 직접 시니어 분들을 만나 뵙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우선 밝히건대, 저희가 서비스 홍보를 위해 실시한 시범 교육에 신청하신 분들은 70대 후반에서 80대까지의 시니어 분들이셨습니다. 시범 교육을 진행하며 저희는 참석하신 시니어분들께서 저희가 생각했던 수준보다 훨씬 스마트폰에 대해 낯설어 하시고, 또 한편으론 모르고 계시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어떤 분은 기계 자체를 꺼려하셨고, 어떤 분은 ‘엘범’이 무엇인지도 모르셨으며, 어떤 분은 스마트폰 자판을 아예 이용하지 못하시는 상태였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저희가 기획했던 서비스를 이해시켜드리는 것도, 그리고 직접 활용하시도록 유도하는 것도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이 날, 교육이 종료된 후에 저희 팀을 돌아보니, 다들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잠재력이 높다고 생각한 프로젝트가 홍보 첫 날부터 무너질 위기에 놓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저희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현재 교육을 받으러 오신 분들은 애초 저희의 타겟 고객이 아니었던 것으로 분류하고 기존 ARS 서비스 홍보를 밀어 붙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기존의 아이디어를 포기하고 시니어분들에게 대면으로 가장 기초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선회하는 것이었습니다. 전자의 선택지를 고른다면 그래도 보다 더 많은 수혜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여 디지털 소외 문제를 정말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아 달콤했고, 후자는 ‘고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약했습니다.

 

고민 끝에 저희 팀이 선택한 길은 ‘고작?’이라고 부를 법한 두 번째 길이었습니다. 2달 동안 강북과 노원 지역에 거주하시는 20명의 시니어분들께 교육을 제공했고, 그마저도 배운 내용을 금방 잊어버리시는 분들이 많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반복 교육을 해야했습니다. 그럼에도 저희 팀은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교육 방식을 시도했습니다. 교육 내용을 종이에 적어드리기도 하고, 카카오톡으로 매일 매일 숙제를 내드려서 스마트폰 사용을 유도하기도 하며 말입니다. 그렇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프로젝트가 모두 종료된 후, 스마트폰에 대해 모르는 걸 물어보면 항상 싸워서 물어볼 곳이 없으셨다는 이ㅇㅇ 할머니는 이제 네이버로 온라인 쇼핑을 하실 수 있게 됐고, 코로나 때문에 교회에 가지 못하셔서 많이 아쉬워하시던 유ㅇㅇ 할머니는 이제 유튜브로 교회에서 주일마다 올려주는 동영상을 시청하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니어 분들의 마음 속에는 이제 자신도 스마트폰을 다룰 줄 안다는 자신감이 자리잡았습니다.

 

누군가는 아마 이 변화들이 너무나 미약한 변화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저희 팀도 사실 그렇게 생각하여 동기를 잃을 뻔 했던 적도 있었을 만큼이니 말입니다. 그러나 프로젝트에 참여하셨던 시니어 분들이 하시는 말씀은 달랐습니다. 그 분들은 이 교육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사는 것 같다’며, ‘세상이 환해진다’며 연신 저희에게 고마움을 표하셨습니다. 그 모습에 저는 너무 당연한 걸 놓쳐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에게 스마트폰 교육을 한 분, 한 분에게 제공하는 것은 그리 대단하고 원대한 일이 아니었을지라도 이 분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값질 수도 있다는, 그런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었습니다. 그리하여 프로젝트가 모두 종료된 지금, 저는 절대 이 변화가 미약한 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세상을 밝힐 수 있는, 그 무엇보다 가치 있는 프로젝트였음을 확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희 팀이 포기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마칠 수 있게 도와 주신 일등공신은 다름아닌 바로 시니어분들이었습니다. 교육을 받을 때마다 하나도 모르겠다고 내내 투정을 부리시면서도 매번 교육을 위해 방문을 할 때마다 항상 저희를 반갑고 따뜻하게 대해 주셨던 분들이고, 누구보다 배움에 열정적인 분들이셨습니다. 그런 시니어분들의 모습에 저희도 점차 교육의 성과에 신경쓰기보다 그 분들과 함께하는 시간 자체를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교육을 마치고 담당 시니어 분과 함께 집 앞 공원에 산책을 가서 같이 사진도 찍고 물고기 구경도 하며 문득 다음 주 교육을 기대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한 순간, 저는 그 분들과 이미 ‘동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동행이란, 함께 걷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뒤처진 사람에게 재촉하는 것도 아니고, 뒤처진 사람을 내버려두고 그냥 걸어가버리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그들의 발걸음에 맞춰가는 것, 그것이 제가 이번 활동을 통해 가장 절실히 느낀 교훈입니다. 이 동행에 누구보다 환하게 참여해주신 시니어분들께 무한히 감사드리며, 작지만 무엇보다 의미 있는 이 변화에 함께 해준 로인스 팀과 원종윤 프로보노님께 감사드리며 에세이를 마치고자 합니다.


 

※ 2020년 <코로나19 시대, 우리는 이렇게 '동행'했다!> 서울동행 활동후기 공모전 수상작(우수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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