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맵
동행소식

동행스케치

2021-12-24 | 조회수 : 1852

음악으로 이어진 동행 (김세리 선생님)




음악으로 이어진 동행 (김세리 선생님)


작품 설명 : 저는 피아노와 음악교육을 전공했고 훗날 음악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울동행에서 저와 같은 길을 걷고 싶어하는 동생을 만났고, 동생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같이 성장한 것을 글로 담았습니다. 


■ 제  목 : 음악으로 이어진 동행

■ 내  용

코로나19가 시작되고 금세 끝날 것 같았던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제 삶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학교 수업은 온라인으로 바뀌었고, 자연스레 사람들과의 만남이 줄어들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아무리 온라인으로 소통한다 해도 인간관계에서 오는 공허함이 컸고, 무기력해졌습니다. 똑같은 일상의 연속이었습니다. 무언가에 가슴 떨리는 일이나 불꽃이 튀는 듯한 감정 변화 없이 로봇처럼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시간이 계속되자 따뜻한 온정이 그리워졌습니다.
 ‘이 시기에 의미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 
문득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꾸준히 피아노 연주 봉사를 해왔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음악이라는 이름하에 서로를 치유하고 소통했던 경험이 생각나 마음에 훈기가 돌았습니다. 저는 제가 가진 음악적 재능을 조금이라도 주변 이웃에게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찾게 된 서울동행에 처음 문을 두드렸습니다. 
동행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여러 따뜻한 글이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역시 봉사 사이트라 그런지 이렇게 따뜻한 느낌을 주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어떤 봉사가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00고등학교에서 방과 후에 하는 향상 멘토링 수업으로 피아노 수업을 받고 싶어 하는 학생이 있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저는 바로 그 학교에 전화를 했고, 전화 받으신 선생님의 대답은 놀라웠습니다. “선생님 혹시 오늘부터 오실 수 있나요? 선생님을 꼭 필요로 하는 아이가 있어서요. 몇 주전부터 찾고 있었는데 이제서야 찾게 되었네요.” 저는 마침 그날 시간이 되어 달려갔습니다. 그곳에서 고등학교 1학년 민기(가명)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민기와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가기 앞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고, 민기가 원하는 수업은 어떤 것인지, 어떤 진로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민기는 음악교사가 되기 위해 음악교육과를 가고 싶다고 했고,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봐야하는 실기시험을 피아노로 본다고 했습니다. 민기가 찾고 있는 사람이 딱 저였습니다. 저는 대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했고, 현재는 교육대학원에서 음악교사가 되기 위해 음악교육과를 다니고 있습니다. 정말 놀라운 기적이었습니다. 민기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기뻤습니다. 
   민기는 피아노 전공을 시작한 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음악은 일찍 전공을 시작한 친구들이 많기에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고등학교 1학년이니 충분히 할 수 있어! 같이 열심히 해보자.”라는 격려의 말과 함께 점차 더 예쁜 소리를 내는 법, 음악과 감정을 넣는 법, 손가락 테크닉을 키우는 법 등을 알려줬습니다. 민기는 제 말 하나하나에 귀 기울였고 스펀지처럼 쏙쏙 받아들였습니다. "민기야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발전하다니…너무 잘했어!! 대단한데?!" 민기는 쑥스러운 듯 웃으며 제 응원에 힘이라도 나는 듯 매 수업 때마다 실력이 늘어갔습니다. 열심히 하는 모습에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고, 진심으로 민기가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내가 어렸을 때부터 음악교육을 받았던 이유는 이런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나의 재능을 나누기 위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다음 수업 때였습니다. 3시반에 수업 시작인데 여유 있게 가려고 3시20분까지 갔습니다. 그런데 민기가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와! 민기가 먼저 와있었네?!” 
“네 뭐… 학교도 일찍 끝났고, 얼른 수업도 들으려고요” 저보다 일찍 와서 기다려주고 수업을 준비하는 민기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그날도 아주 열심히, 재밌게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한 번은 체험학습 시간에 같이 피아노 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공연 보러 가기 전에 맛있는 밥을 먹으며 재밌는 얘기도 하고, 진로 얘기도 나눴습니다. 좋은 얘기를 해주면서도 한편으론 민기에게 현실적인 얘기도 해주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싶어하는 민기에게 왜 그 꿈을 갖게 되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민기는 왜 음악교사가 되고 싶어?"
"음악이 좋고, 학생들이랑 같이 있는 시간이 좋아서요. 아이들 너무 귀엽고 예쁘잖아요"
간단하지만 분명한 대답이었습니다. 민기의 순수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실적인 조언을 해줬던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제가 처음에 음악교사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을 때 민기와 같은 마음이었는데 어느샌가부터 현실적인 고민을 많이 하며 본질에 대해서 잠시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민기를 통해 학생에 대한 교사의 사랑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행 갈 때 늘 가르치러 간다 생각했는데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같이 길을 간다' 라는 동행의 뜻처럼 우리는 같은 길을 걸어가고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잇다’의 사전적 의미는 ‘두 끝을 맞대어 붙이다, 끊어지지 않게 계속하다’입니다. 동행이 끝났다 하더라도 우리의 인연은 끝난 게 아닙니다. 민기가 꾸준히 성장하고 도움받을 수 있도록 계속 도움을 줄 것이고, 다른 선생님을 소개하여 그 인연을 이어가도록 할 것입니다. 훗날 민기와 제가 음악교사가 되어 같은 교단에서 만나 이 일을 추억하고 기쁘게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동행에서 음악으로 이어진 인연, 뜻깊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 2021년 <'잊고'살기보다 '잇고'살았던 동행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서울동행 활동후기 공모전 수상작 입니다.
댓글 댓글
댓글 내용
닫기